본문 바로가기
생분해성 고분자의 이해

환경부가 발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가이드라인 분석

by moyeon-news 2025. 7. 11.

생분해성 플라스틱, ‘친환경’이 되기 위한 정책적 전환점

최근 몇 년 사이 환경 문제가 전 지구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와 대체 소재 도입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특히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썩는 플라스틱”이라는 이미지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알려지며, 정부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생분해성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진정한 친환경성을 보장할 수 없다. 분해 조건, 처리 인프라, 사용처의 적절성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기존 플라스틱과 유사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대한민국 환경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생분해성 플라스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제품 설계부터 표시, 폐기 단계까지 생분해성 소재를 ‘진짜 친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적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 적용 기준과 표시 관리 강화

환경부가 2023년 하반기 발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가이드라인은 크게 세 가지 핵심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째, “생분해 가능” 표시 사용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기존에는 기업이 ‘생분해성’ 문구나 아이콘을 자의적으로 사용해 소비자의 혼란을 유발했으나, 가이드라인에서는 **국제 인증 기준(예: ISO 14855, EN 13432 등)을 기반으로 한 국내 인증 제도(KS M ISO 17088)**를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둘째, 사용 권장 품목 및 제한 품목을 구분하였다. 환경부는 농업용 멀칭 필름, 어업용 자재, 일부 포장재 등 회수·처리 경로가 명확하거나 환경 유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생분해성 소재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반면, 일반 생활 쓰레기로 배출되는 식품용기나 테이크아웃 용기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폐기 후 분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환경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셋째, 표시제도 통합 및 소비자 인식 개선도 포함된다. 생분해성 표시가 과장되어 사용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향후 표시 관리 및 인증 관련 법령을 정비할 계획이며, 소비자 대상 교육과 홍보도 병행된다.

 

(사)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 친환경BP의 인증기준
(사)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 친환경BP의 인증기준 출처 - (사)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 홈페이지

정책의 방향성: ‘조건부 생분해’를 인정한 현실적 접근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정부가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한계점을 명확히 인정하고, 그 사용을 무조건 권장하기보다는 ‘조건부 사용’ 원칙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생분해성 소재는 특정 온도, 습도, 미생물 밀도 등이 유지되는 조건에서만 분해가 가능하며, 한국의 현재 폐기물 처리 시스템은 대부분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PLA는 산업용 퇴비화 시설이 필요하지만, 한국에는 해당 시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부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일반 쓰레기와 동일하게 처리할 경우, 미세플라스틱 생성 등 새로운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 소재’라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확산시키는 글로벌 흐름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반영된 정책 방향이다. 환경부는 ‘생분해성 = 절대적 친환경’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바로잡고, 소재 특성에 맞는 용도별 적용과 제도 설계의 정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와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

환경부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단순한 행정 지침을 넘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둘러싼 산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던 ‘생분해성’ 문구 사용이 보다 엄격한 과학적 기준과 인증 체계에 따라 제한되며, 제품의 실제 사용 환경과 폐기 방법까지 고려한 설계가 필요해졌다. 일부 기업은 생분해성 제품임을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사용해 왔지만, 앞으로는 잘못된 정보 제공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 역시 제품에 '생분해성'이라는 라벨이 붙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친환경적’이라고 믿기보다는, 어디에서 어떻게 분해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인식하고, 책임 있는 소비 행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생분해성 소재에 대한 ‘지속 가능한 사용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정책-산업-소비자의 3자 간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생분해성 소재의 진짜 친환경성은 정책과 현실의 접점에서 완성된다

환경부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가이드라인은 단순한 기술 확산이 아닌, 정책과 현실, 과학과 소비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생분해성 소재는 분명 기존 플라스틱의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그 사용과 처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또 다른 환경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정책에 반영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다. 진정한 친환경은 단순히 소재의 속성이 아닌, 그것이 사용되고 처리되는 전 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에 달려 있다. 환경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생분해성은 관리되지 않으면 일반 플라스틱과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정책, 기업 전략, 소비자 행동 모두에 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는 보다 정교한 법제화와 처리 인프라 구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 기반을 다지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