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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고분자의 이해

생분해성 고분자 vs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차이

by moyeon-news 2025. 7. 25.

환경 보호가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생분해성 고분자’와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외형이나 용도 면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분해 방식, 규제 대응 측면에서는 명확한 차이를 지닌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에서 이 두 소재를 혼동하거나, 마케팅적으로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오해는 소비자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 기업들까지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작용한다. 이 글에서는 생분해성과 산화생분해성의 핵심적인 작동 원리와 환경성 차이, 국제 규제 동향, 실제 산업 적용 사례 등을 바탕으로 두 소재 간 본질적인 차이를 분석해 본다.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정말 '분해되는' 플라스틱일까?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석유계 플라스틱(주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에 금속염 촉매제를 첨가하여 제조된다. 이 촉매제는 자외선, 열, 산소 등에 반응하여 고분자의 사슬을 끊는 역할을 하며, 그 결과 플라스틱이 점점 잘게 쪼개지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플라스틱은 마치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분자 구조가 완전히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미세한 조각, 즉 마이크로플라스틱 형태로 남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분해는 환경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고온, 고습, 충분한 자외선이 있어야 산화 반응이 활성화되는데, 이런 조건이 자연환경에서 항상 보장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바다나 토양 깊은 곳에서는 분해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며, 심한 경우 수십 년 동안도 남아 있게 된다. 더욱이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금속 성분이 토양이나 수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에 여러 선진국에서는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친환경 소재로 인정하지 않으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산화생분해성은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다르게 미세플라스틱이 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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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과 산화생분해성의 가장 큰 차이: 최종 분해 결과

이 두 소재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은 최종적으로 환경에 남기는 물질이 무엇인가에 있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미생물의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물, 바이오매스와 같은 무해한 물질로 완전히 전환된다. 반면,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고분자 사슬이 끊어져 조각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합성 고분자의 잔재로 남아 있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환경 내에 미세플라스틱의 형태로 계속해서 축적될 수 있다.

또한, 생분해성 소재는 분해 과정에 일정한 시간 예측이 가능하고, 산업용 퇴비 시설과 같은 관리 환경에서 분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반면, 산화생분해성은 자외선 노출이나 산소량 등 외부 요인에 의존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분해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측면에서도 일관성이 떨어지고, 재활용 시스템을 교란시킬 수 있다. 특히 산화생분해성 제품이 일반 플라스틱과 혼합될 경우, 재활용 품질이 크게 저하된다는 점은 산업계에서도 큰 문제로 여겨진다.

 

 

국제 사회의 규제 움직임과 기업의 대응 전략

국제적으로는 이미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럽연합(EU)은 2019년부터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해당 제품을 친환경 또는 생분해성으로 광고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 또한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실질적인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오히려 새로운 오염원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산화생분해성 소재에서 생분해성 소재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며, 장기적인 ESG 전략의 일환으로 생분해 인증 제품을 확대 도입하고 있다.

한국 역시 플라스틱 규제 강화 흐름에 따라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으며, 생분해 인증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는 두 소재에 대한 명확한 구분 인식이 부족하여, '분해된다'는 문구만으로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에 명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도와야 하며, 정책 당국은 관련 용어 사용에 대한 법적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

‘분해된다’는 말은 매우 매력적인 표현이지만, 그 이면에는 과학적 사실과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술적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물질이지, 진정한 의미의 생분해를 실현하는 소재는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와 기업이 인식하지 못한 채, 단지 겉보기의 분해 속도나 홍보 문구에 의존하여 제품을 선택하게 되면, 오히려 환경 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는 외형이나 가격이 아닌, 환경에 미치는 총체적인 영향을 기준으로 소재를 선택해야 할 때다. 기술적 진보를 오히려 자연에 부채로 돌리지 않기 위해서는, 생분해성과 산화생분해성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친환경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마케팅의 수단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