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에 대한 필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플라스틱 소재를 평가할 때 단순한 물리적 특성 외에도 전 생애 주기(Life Cycle Assessment, LCA) 기반의 탄소배출량 비교가 중요해졌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비교 대상이 바로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인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과 생분해성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인 PLA(Polylactic Acid)다. PET는 전통적으로 페트병과 섬유, 포장재 등에 널리 사용돼 온 소재이며, PLA는 옥수수 전분 등의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친환경 대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과연 PLA는 탄소배출 측면에서 실제로 PET보다 유리한 소재일까? 이 글에서는 두 소재의 LCA 기반 탄소배출량을 비교하고, 그 환경적 의미를 분석해본다.
우선 PET는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고분자로, 그 생산 과정에서 화석 연료의 추출, 정제, 중합 반응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PET 1kg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평균적으로 2.3~3.3kg CO₂ 수준으로 보고된다. 이는 원료의 채굴과정부터 가공, 운송, 생산 공정까지 전 과정을 포함한 수치다. 게다가 PET는 비생분해성 물질로, 자연 상태에서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으며, 폐기될 경우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이로 인해 소각 시 이산화탄소와 각종 유해가스가 추가로 발생하며, 매립될 경우에도 간접적인 환경부하가 발생한다. PET의 높은 재활용 가능성은 장점으로 언급되곤 하지만, 현실적인 재활용률은 지역과 국가에 따라 크게 다르며, 실제로는 많은 양이 여전히 일반 폐기물로 처리된다. 결과적으로 PET는 전체 생애 주기 동안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하는 소재라는 점에서 환경 부담이 크다.
반면 PLA는 식물 유래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여, 젖산을 중합하여 생산하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옥수수 전분이나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된 포도당을 발효시켜 젖산을 얻고, 이 젖산을 탈수 축합해 고분자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원료는 광합성을 통해 이미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식물이기 때문에, PLA 생산에 있어서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일부 탄소중립 효과(carbon neutrality)를 지닌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PLA 1kg을 생산할 때의 탄소배출량은 0.5~1.5kg CO₂ 정도로 나타난다. 이는 PET 대비 약 50~70% 낮은 수준이다. 또한 PLA는 적절한 조건(온도 58℃ 이상, 습도 60% 이상, 산소와 미생물 존재)이 갖추어진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서 3~6개월 내에 완전히 분해된다. 이처럼 생애 말기(end-of-life)에서의 처리 방식까지 고려했을 때, PLA는 전체 LCA에서 훨씬 낮은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가진다.
하지만 PLA가 항상 PET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PLA는 생분해성이긴 하지만, 실제로 분해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환경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 토양, 바다, 하천 등 자연환경에서는 분해 속도가 현저히 낮으며, 오히려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PLA 생산 과정에서도 전력과 화학 처리 공정이 사용되므로, 재생에너지의 사용 여부에 따라 탄소배출량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석탄 기반 전력이 높은 국가에서 PLA를 생산하면, 오히려 PET보다 높은 탄소배출량을 기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따라서 소재 자체의 특성뿐만 아니라 국가별 에너지 인프라, 폐기 시스템, 소비자 분리배출 습관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함께 고려되어야 정확한 LCA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단순히 PLA를 ‘친환경’으로, PET를 ‘유해’로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각각의 용도와 지역적 특성에 맞게 소재를 적절히 조합하고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LCA 기반 탄소배출 비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많은 정부와 기업이 탄소중립 목표(Net-Zero) 달성을 위해 자재 선택 기준을 바꾸고 있는데, 이때 LCA 수치를 기준으로 제품 설계나 공급망 전략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식품 포장 용기에서 PET 대신 PLA로 교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PLA 소재를 사용한 기업에 세금 감면이나 ‘친환경 인증 라벨’을 부여하고 있다. 동시에 재활용이 가능한 PET를 선호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반된 흐름 속에서, 정량적인 LCA 데이터에 근거한 결정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자재 선택이 가능해진다.
결론적으로 PLA와 PET는 물리적,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진 소재이며, 특히 탄소배출량 측면에서 PLA는 장점을 가진다. 평균적으로 PLA는 PET보다 탄소배출량이 절반 이하로 낮고, 바이오 기반이라는 점에서 재생 가능성과 친환경성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하지만 PLA의 분해 조건, 폐기 인프라, 생산 에너지의 친환경성 문제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PLA의 기술적 보완과 함께, 소비자 인식 개선, 정부의 인프라 투자, 기업의 책임 있는 소재 사용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탄소배출량이 낮은 소재 선택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경제성과 기업 이미지에도 직결되는 전략적 판단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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