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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고분자의 이해

생분해성 고분자와 옥수수 전분의 화학적 연관성 분석

by moyeon-news 2025. 7. 23.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는 점점 더 친환경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생분해성 고분자(biodegradable polymer)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연에서 유래한 바이오매스 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대표적인 예로 옥수수 전분(corn starch)이 사용된다. 옥수수 전분은 풍부하게 생산되는 농업 부산물로서,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바이오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생분해성 고분자와 옥수수 전분은 단순한 ‘천연 원료와 친환경 소재’라는 관계를 넘어, 분자 구조와 합성 방식에서 밀접한 화학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옥수수 전분이 어떻게 생분해성 고분자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며, 어떤 방식으로 화학적 구조를 바꿔 최종 고분자로 전환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우선 옥수수 전분은 다당류인 아밀로오스(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이라는 두 가지 주요 구성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포도당(glucose) 단위가 반복 결합된 고분자 구조로, 고분자의 기본 골격이 되는 ‘C–O–C’ 결합(글리코사이드 결합)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곧 폴리락트산(PLA) 같은 생분해성 고분자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탄소원 제공에 적합하다. 옥수수 전분을 생분해성 고분자 제조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분을 가수분해(hydrolysis)하여 포도당으로 분해한 후, 이 포도당을 발효시켜 젖산(lactic acid)을 얻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젖산을 탈수 축합 반응(dehydration condensation)으로 중합하면 PLA라는 고분자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옥수수 전분은 단순한 바이오매스가 아닌, 화학적으로 전환 가능한 원료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옥수수로부터 얻어지는 PLA
PLA는 옥수수 전분으로 부터 추출 된다. Pixabay - hartono subagio

 

PLA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생분해성 고분자 중 하나로, 특히 식품 포장, 일회용기, 의료용 재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된다. 흥미로운 점은 PLA의 탄소 사슬 구조가 옥수수 전분에서 유래한 젖산의 반복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구조는 석유계 플라스틱과는 전혀 다른 생분해 메커니즘을 갖는다. PLA는 사용 후 일정 조건(습도, 온도, 미생물 존재 등)에서 수분과 반응해 저분자로 분해되며, 최종적으로는 이산화탄소와 물로 환원된다. 이는 자연 생태계에서 순환 가능한 물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며, 옥수수 전분이 기원이 된 만큼 자연으로부터 시작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 순환 구조를 완성한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옥수수 전분은 생분해성 고분자 합성에서 단순한 재료 이상의 역할을 하며, 전체 공정의 환경 친화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PLA기반 생분해성 고분자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 순환 구조를 가졌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사진
PLA 기반 고분자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 순환 구조를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재료 이상의 역할을 한다. Pixabay - Dan Fador

 

또한 옥수수 전분은 PLA뿐 아니라 다양한 생분해성 고분자와의 복합 소재(blend) 제조에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와 PLA를 혼합할 때 옥수수 전분이 충전재 또는 보강재로 활용되면, 소재의 분해성, 강도, 탄성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분 기반 고분자에 셀룰로오스, 키틴 등 다른 바이오소재를 혼합해 다기능성을 갖춘 소재가 개발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옥수수 전분은 구조 안정성 확보와 친환경성 측면에서 여전히 주도적인 원료로 사용된다. 단, 전분의 흡습성(hygroscopicity)과 낮은 열적 안정성은 여전히 기술적 한계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분 개질(starch modification) 기술도 병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아세틸화, 옥살산 처리, 고온 처리 등이 있으며, 전분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고분자 내 분산성을 높이고, 최종 소재의 기계적 특성을 강화한다.

 

결론적으로 생분해성 고분자와 옥수수 전분의 관계는 단순한 소재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분해성 소재의 전체 가치사슬에서 출발점이 되는 중요한 연결 고리이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옥수수 전분의 화학 구조에서 유래한 유기 탄소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이 과정은 미생물 발효, 화학 중합, 가공 기술 등 복잡한 절차를 포함한다. 그러나 그 출발점이 자연 유래의 탄수화물이라는 점에서,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앞으로도 생분해성 고분자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옥수수 전분의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농업과 화학 산업 간의 연계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생분해성 고분자의 친환경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최종 제품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원료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전환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옥수수 전분은 지속 가능한 소재 전환의 핵심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