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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고분자의 이해

생분해성 고분자가 분해되는 환경 조건과 그 영향

by moyeon-news 2025. 7. 4.

생분해성이라 해도, 그냥 땅에 묻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꿈의 플라스틱’으로 불리며 급부상하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 미세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생분해성 고분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속 미생물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완전히 분해되는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대중이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생분해성 고분자는 아무 조건에서나 분해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생분해성 소재는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서는 분해되지만 일반 토양이나 해양에서는 수 년 동안 형태가 유지되기도 한다.
따라서 ‘분해되는 환경 조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생분해성 고분자를 제대로 활용하고 정책적으로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생분해성 고분자가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조건 아래에서 분해되는지, 그리고 그 분해 과정이 생태계와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생분해성 고분자 분해 조건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 고분자 사진: Unsplash 의 Markus Spiske

분해의 전제조건: 온도, 습도, 산소, 미생물

생분해성 고분자가 분해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환경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를 네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일정 온도 이상, ② 충분한 습도, ③ 산소의 유무, ④ 분해를 수행할 수 있는 미생물의 존재.

  • **PLA(Polylactic Acid)**는 대표적인 생분해성 고분자이지만, 분해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섭씨 55~60℃ 이상의 온도높은 습도, 호기성 미생물이 존재하는 산업용 퇴비화 조건이 필요하다. 일반 토양에서는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 **PBAT(Poly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는 PLA보다 저온에서도 분해가 가능하며, 토양 조건에서 수개월 내에 상당 부분 분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습기와 미생물 밀도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 **PBS(Polybutylene Succinate)**는 해양과 토양 모두에서 일부 분해가 가능하지만, 분해 속도는 느리다. 온도 상승과 pH 조건이 최적일 때 효율적으로 분해된다.
  • **PHB(Polyhydroxybutyrate)**는 생체 유래 소재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특정 박테리아에 의해 빠르게 분해될 수 있으며, 해양에서도 일정 분해율을 보인다.

이처럼 소재별로 요구되는 분해 환경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생분해성이라는 용어는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이해해야 하며, **‘분해 조건에 따라 생분해 속도는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환경별 분해 성능 차이: 토양, 해양, 퇴비화 조건에서의 변화

생분해성 고분자의 분해 효율은 적용된 환경의 종류에 따라 현저히 달라진다. 다음은 환경별 주요 특징이다:

  • 산업용 퇴비화 환경은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다. 온도는 50~60℃로 유지, 습도는 70% 이상, 산소가 풍부하고 미생물 밀도가 높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PLA조차 90일 이내에 완전 분해가 가능하다. 실제로 유럽 EN13432 인증도 이러한 조건을 기준으로 테스트된다.
  • 일반 토양 환경에서는 온도와 습도가 낮고 미생물 활성도가 떨어져 분해 속도가 느리다. PBAT와 PBS는 6개월~1년 사이에 일부 분해될 수 있으나, PLA는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 해양 환경은 pH 변화, 염도, 낮은 온도 등으로 인해 생분해 고분자의 분해가 매우 더디다. PHB와 일부 PBAT는 1년 이상의 장기 노출 시 점진적으로 분해되지만, 대부분의 생분해성 고분자는 해양에서는 사실상 ‘생분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즉, 생분해성 고분자를 사용할 때는 단순히 ‘땅에 버리면 썩는다’는 인식을 넘어서, 그 소재가 어떤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분해되는지를 반드시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생태계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기회와 오해의 공존

생분해성 고분자의 환경적 이점은 분명하다. 적절한 환경에서 완전히 분해되면, 미세플라스틱 생성 없이 무해한 물질로 환원되며, 탄소순환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특히 농업용 필름이나 일회용 포장재에 생분해성 소재를 적용하면 폐기물 수거 비용 절감, 퇴비화 연계 자원화가 가능해져 친환경 순환경제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과장된 마케팅이나 '생분해성'이라는 용어에 대한 소비자의 오해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PLA로 만든 일회용 컵을 일반 쓰레기처럼 매립하면, 실제로는 수년간 분해되지 않고 잔존한다. 이 경우 오히려 소비자는 친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잘못된 폐기 행위를 하게 되며, 생분해 플라스틱이 오히려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생분해 조건이 맞지 않는 국가에서 관련 인프라 없이 제품이 확산될 경우, 애초부터 일반 플라스틱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때문에 현재 국제적으로는 ‘해양 생분해 인증’, ‘가정용 퇴비화 인증’ 등 다양한 분해 조건에 따른 정확한 라벨링 체계와 소비자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생분해성 고분자도 구분 처리 해야 한다.

      생분해성 고분자도 구분 처리 해야 한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Davie Bicker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