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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고분자의 이해

플라스틱 대체 소재로서 생분해성 고분자의 한계점

by moyeon-news 2025. 7. 9.

친환경 소재의 대안, 생분해성 고분자의 빛과 그림자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류는 기존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절실히 찾고 있다. 그 대안으로 가장 많이 주목받는 것이 바로 생분해성 고분자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사용 후 자연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환경에 남지 않고, 해양이나 토양 생태계를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적 특성을 지닌다. PLA(폴리락트산), PHA(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 PBAT(폴리부틸렌아디페이트테레프탈레이트) 등 다양한 종류가 상업적으로 개발되었고, 이미 포장재나 식품 용기 등 일상생활에서 일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생분해성 고분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대체재'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소재는 분명 환경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기술적·경제적·환경적 한계점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생분해성 고분자가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높은 생산 비용과 낮은 공급 안정성

생분해성 고분자는 대부분 식물성 원료나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산된다. 이는 석유 기반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인 장점이 있지만,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원료 확보 비용이 높아 대량 생산에 불리하다. 예를 들어, PLA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젖산을 중합하여 제조되며, 이 과정에서 고온 고압의 반응과 복잡한 정제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공정은 비용을 증가시키고, 동일한 물성의 제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일정한 품질 관리가 어렵다. 특히 신흥국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생분해성 고분자를 기존 플라스틱만큼 저렴하게 공급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급 안정성 역시 문제다. 곡물 가격의 변동성, 원료 확보의 계절성, 글로벌 물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자재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결국 이는 기업들의 생분해성 소재 도입을 어렵게 만들고,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높은 가격은 시장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분해 조건의 제약과 실제 분해 효율

'생분해성'이라는 용어가 주는 인식과 달리, 대부분의 생분해성 고분자는 일반 자연환경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PLA는 산업용 퇴비 시설(온도 58~60도, 고습도, 미생물 농도 유지)이 있는 조건에서만 수 주 내에 분해가 가능하며, 일반 토양이나 해양 환경에서는 수년 이상 분해되지 않기도 한다. 일부 제품은 ‘퇴비화 가능(Compostable)’로 표기되어 있지만, 해당 기준은 산업용 시설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혼동하기 쉽다. 실제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매립지나 바다로 유입되었을 때, 기존 플라스틱과 유사한 분해 속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이처럼 분해가 가능한 환경이 제한적이고, 올바른 처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생분해성 고분자 역시 플라스틱 쓰레기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소재 자체만으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분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높은 생산 비용이 문제가 된다.

 

기계적 물성의 부족과 사용 용도 제약

생분해성 고분자는 물성(기계적 강도, 내열성 등) 면에서도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한계를 보인다. PLA는 강도는 높지만 충격에는 약하고, 고온에서는 쉽게 변형된다. 반면 PBAT는 유연성이 뛰어나지만 인장 강도가 떨어져 내구성이 요구되는 제품에는 부적합하다. 이처럼 생분해성 고분자는 특정한 특성을 갖고 있어, 단일 소재로 다양한 제품군을 아우르기 어렵다. 또한 물에 약한 특성으로 인해 식품 포장재로 사용할 경우 습도나 온도에 따라 변형되거나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기업 입장에서 기존 생산 공정을 변경해야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 중 불편함을 야기한다. 일부 생분해성 제품은 외형은 플라스틱과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만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결국 '모든 플라스틱을 생분해성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고, 분야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일반 고분자에 비해 물성이 약한 편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분해성 고분자의 전략적 활용

생분해성 고분자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이지만, 모든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생산 단가, 분해 조건, 기계적 물성, 인프라 문제 등 다양한 한계점이 존재하며, 이러한 한계는 단순히 기술 개선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사회적, 제도적 대응까지 요구된다. 플라스틱 대체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지, 단지 소재만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따라서 생분해성 고분자의 개발과 더불어, 적절한 처리 인프라의 구축, 소비자 인식 개선, 제도적 유인책 등이 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진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플라스틱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다양한 솔루션의 조합을 필요로 하며, 생분해성 고분자는 그중 하나의 핵심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도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