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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고분자의 이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없는 이유

by moyeon-news 2025. 7. 8.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환경 위기 중 하나로 꼽히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주목받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연 환경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특성을 지닌 소재로, 일반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환경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기존의 플라스틱처럼 재활용 체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친환경이므로 모든 방식에서 환경에 이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재활용 공정에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복잡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글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그로 인한 환경적 딜레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하겠다.

 

 

생분해성과 재활용성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생분해성’과 ‘재활용성’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생분해성이란 특정 조건에서 미생물이나 효소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분해되는 특성을 의미한다. 반면, 재활용성은 사용이 끝난 소재를 다시 수거해 새로운 제품으로 가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두 개념은 겉으로는 유사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PLA(폴리락트산) 기반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퇴비화 환경에서는 잘 분해되지만, 일반 재활용 공정에 투입될 경우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과 혼합되며 품질을 저하시킨다. 결국 생분해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기존 재활용 시스템에 포함시키는 것은 오히려 전체 재활용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와의 물리적 충돌

현대 사회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은 대부분 PET, HDPE, LDPE, PP 등 석유계 플라스틱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이러한 재질들과 열적, 물리적 특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같은 라인에서 재활용될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LA는 낮은 온도에서도 녹기 시작하는데, 기존 PET와 함께 처리되면 PET의 품질에 악영향을 준다. 또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시각적으로 기존 플라스틱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아 자동 선별기가 이를 감지하기 어렵다. 그 결과 소량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류에 혼입되더라도 전체 배치가 오염되어 버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재활용보다는 별도의 수거 체계와 처리 인프라가 필요한 소재로 간주되고 있다.

 

일반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구분지어 배출해야 한다
일반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구분 배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생분해 조건의 엄격함과 현실과의 간극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저절로 사라진다’는 오해는 이 소재의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이다. PLA나 PBAT 같은 대표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서 일정한 온도(약 60도), 습도, 미생물 농도가 유지되어야 제대로 분해돠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조건은 대부분의 도시나 생활 쓰레기 처리 환경에서 충족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퇴비화 시설이 부족하거나 분리수거 시스템이 복잡한 지역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 쓰레기로 처리되거나 매립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해당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고 수십 년간 그대로 남을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기존 플라스틱과 다를 바 없는 환경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

 

 

규제의 공백과 소비자의 인식 부족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재활용 문제는 단지 물리적 시스템의 부재뿐만 아니라 정책적 기준과 소비자 교육의 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다. 많은 국가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별도로 분리해 수거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처리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또한 소비자 대부분은 생분해성이라는 표시만 보고 ‘아무 데나 버려도 된다’는 착각을 한다. 이로 인해 분리수거 체계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실제 재활용률은 낮아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라벨링, 교육, 인프라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재활용 플라스틱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캠페인과 정책적 개입이 병행되어야 한다.

 

생분해성 고분자 인증 마크를 확인해야 한다.
생분해성 인증 마크와 처리 방법의 교육이 중요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지구 환경을 고려한 혁신적인 소재이지만, 그것이 곧 ‘재활용 가능한 소재’라는 뜻은 아니다. 현재의 재활용 시스템에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혼합하는 것은 오히려 전체 플라스틱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리고, 시스템의 효율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재활용 대상이 아닌 ‘퇴비화’ 대상으로 인식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인프라, 교육, 법적 기준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앞으로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소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생분해성과 재활용성을 혼동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친환경이라는 말만 보지 말고, 재질의 특성과 처리 방법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소비자 인식이 요구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