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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고분자의 이해

미래형 고분자 소재: 생분해성과 고강도, 둘 다 잡을 수 있을까?

by moyeon-news 2025. 7. 13.

환경 문제의 심화로 인해 고분자 소재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기존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훌륭한 강도의 이점을 제공했지만,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인해 점차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생분해성 고분자이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사용 후 자연환경에서 미생물의 작용으로 분해되며,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물, 바이오매스 등으로 환원된다. 그러나 이들 소재는 기계적 강도, 내열성, 내구성 면에서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아 산업 현장에서는 아직도 일부 용도에 한정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자들과 소재 기업들은 “생분해성과 고강도를 동시에 갖춘 미래형 고분자”를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기준으로, 생분해성과 고강도라는 상반된 특성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최신 연구 흐름과 기술적 접근법을 총체적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주목할 만한 점은 복합재료 기반 생분해성 고분자의 부상이다.

단일 고분자만으로는 강도와 생분해성 모두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가지 이상의 고분자를 블렌딩하거나, 나노입자 또는 천연섬유를 첨가하는 방식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PLA(폴리젖산)에 셀룰로오스 나노파이버나 케나프 섬유를 혼합하면 인장강도는 물론 내충격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천연 강화재는 생분해성을 저해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최근에는 생분해성 수지를 기반으로 하면서, 표면에 강성 고분자 필름을 코팅하는 다층구조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이 기술은 전체 분해 속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외부 충격이나 열에 대한 저항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복합화 기술은 ‘강도 vs 생분해성’이라는 이분법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복합재료 적용으로 개발된 고신축성 생분해성 보호막 소재
Micropatterned Elastomeric Composites for Encapsulation of Transient Electronics - 황석원 교수팀

 

두 번째로 떠오르고 있는 연구 트렌드는 고분자 구조의 정밀 제어를 통한 성능 향상이다.

생분해성 고분자라고 해서 무조건 약한 소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자의 사슬 구조, 결정성, 입체 배열 등을 조절하면 분해성뿐 아니라 강도, 탄성, 내열성 등 물성 전반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HA(Polyhydroxyalkanoate)는 다양한 모노머를 조합하여 물성을 조절할 수 있는 생분해성 고분자이며, 최근에는 공중합을 통해 강도와 인장률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끌어올린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인공적으로 유전적 조작을 가한 미생물을 통해 원하는 구조의 고분자를 생산하는 생물 기반 합성 기술도 미래형 고분자 설계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기초 연구단계에서 산업화 수준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수년 내 고강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 번째로는 기계적 물성 외적인 ‘기능성’까지 고려한 미래 고분자 설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강도와 분해성만 갖추는 것에서 벗어나, 방수성, 항균성, 내UV성, 재활용성 등 복합적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의료용 생분해성 소재나 고급 포장재의 경우, 기능성 부여는 필수적이다. 예컨대 PLA 기반 소재에 은나노입자 또는 항균 펩타이드를 도입하면, 고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위생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조건부 생분해성’ 개념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데, 이는 사용 중에는 분해되지 않지만, 폐기 후 특정 조건(고온, 고습, 미생물 존재 등)에서만 분해가 촉진되도록 설계된 구조이다. 이러한 설계는 사용 중 물성 유지와 폐기 후 분해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미래형 고분자 소재 개발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네 번째는 제조 공정의 고도화이다.

아무리 좋은 소재라 해도 실제 생산 비용이 높거나 대량 생산이 어려우면 시장 진입이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효율적인 생산 방식이 함께 연구되고 있다. 특히 압출공정의 최적화, 용매 사용 최소화, 에너지 절감형 중합 기술 등이 주목받는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열에 민감한 경우가 많아 기존 공정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엔 고내열성을 가진 생분해성 수지도 등장하면서 공정상의 제약도 줄어들고 있다. 나아가 AI 기반 공정 설계 기술이 도입되면서, 소재 배합비, 온도, 압력 등 수십 가지 변수 조합을 자동으로 테스트하고 최적 조건을 도출해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처럼 공정기술과 소재 기술이 통합적으로 발전하면서, 생분해성과 고강도를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 생산이 실현 가능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 및 수요 환경의 변화 역시 이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춘 소재 개발을 촉진시키는 외부 요인이 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탄소중립, 친환경 전환을 목표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의무 사용 비율 확대,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소비자 인식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프리미엄 지불 의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업이 단순한 원가 경쟁이 아닌 ‘친환경 + 고성능’이라는 가치를 기준으로 소재를 선택하게 만든다. 즉, 이제 생분해성 고분자는 ‘환경을 위한 대안’이 아니라 ‘시장 경쟁력을 위한 핵심 소재’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